<경성활극록> 리뷰 잡담생활

조아라 링크 : http://www.joara.com/literature/view/book_intro.html?book_code=1332180

문피아 링크 : https://blog.munpia.com/k4167_humans13/novel/163398

8월의 폭풍의 역자 PKKA. 팩션물에 도전하다.

작가 PKKA는 데이비드 글랜츠 작 <8월의 폭풍>를 번역해 매끄러운 필력과 역사에 대한 풍부한 지식으로 당시 소비에트의 대일전선의 상황을 상당한 내공을 보여준 적이 있다. 그런 그가 이제는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팩션물에 도전하고 있다. 바로 이 글에 소개할 <경성활극록>이다. 본 작품은 디씨인사이드 대체역사 갤러리에 먼저 연재하다가 조아라, 역개루 까페, 그리고 최종적으로 퇴고해서 문피아에 재연재중이다.

<경성활극록>의 거시적인 스토리는 간단하다. 한인애국단 경성지부라는 가상의 항일투쟁조직이 ('임시정부의 비합법적 징세'라는 명목으로)각종 폭력과 범죄로 부일배들을 벌하고, 일본인으로 변장하면서 첩보 활동을 하면서 최종적으로 관동군과 이시와라 간지의 '최종전쟁론'에 의한 음모를 막는 이야기다. 단순히 생각하자면 '착하고 강력한 조선인 히어로들'이 '사악한 일본인들'을 응징하는 이야기로 생각할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개는 그렇게 단순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이야기는 두 사람의 로맨스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한인애국단 경성지부의 대형(大兄)인 '이정우'와 친일파의 딸인 '한주리'. 정우는 상당한 기품과 교양과 침착한 일처리로 인해 경성지부 중에서 가장 신뢰를 받고 있으나, 불심이 깊고 사려깊은 연민으로 인해 폭력적인 항일투쟁에 죄책감과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다. 주리는 이제까지 부일배인 아버지 밑에서 세상물정 모르로 살아온 '오죠사마'였지만 집안의 유복함이 사람들의 고혈을 쥐어짜온 대가였음을 알았고, 관동군 장교과 약혼하게 되면서 자신의 처지를 경멸하게 된다. 그런 이 둘의 만남은, 마치 서로가 서로에 대한 거울과 같이 각성하게 되었다. 정우는 용기를 내어 계속 경성지부에서 수라도를 걸으면서 주리에게 필담을 나누고, 주리는 정우와의 필담 속에서 '친일파 오죠사마'에서 점차적으로 민족심을 각성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정우의 짝패인 민호, 경성지부의 엄격한 대장인 남건, 불심이 깊은 스님인 혜월, 일본인임에도 일본의 파멸을 막기 위해 조선에 협력하는 나카하라 히로요시 등 경성지부의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가 격랑의 흐름처럼 제시되어있다.

일제강점기에 대한, 그것도 항일투쟁단체 대 부일배 및 일본군의 이야기다보니 선악구도가 명백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스토리를 두고 입체적인 이야기를 만들기는 썩 어렵다. 그렇기 때문인지 몇몇 비중있는 빌런들에겐 애매한 입체성보다는 '악당이 왜 악당일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 시대상의 고증을 들어서 설명하고 있다. 가령 주리의 약혼자인 '아오야기 테츠오'는 이시와라 간지의 세계최종전쟁론과 일련종을 광적으로 믿는 정신병자로 나오고 있으며, 경성지부의 테러를 쫓고 있는 오재두 경부보는 날카로운 추리력으로 정우의 흔적(정확히는 정우가 변장하고 있는 '카리스마 준이치로 백작')을 끊임없이 쫓고 있다. 또한 주리의 부친인 한덕만은 노동착취와 친일행위로 얻은 거액의 재산을 총독부에게 국방헌납금으로 납부하며 특혜를 얻고 있다는 혐의로 경성지부의 타깃이자 본 이야기의 키 퍼슨이 되고 있다.

이 팩션의 장르는 대체적으로 로맨스와 스릴러를 넘나들고 있다. 또한 무겁고 진중한 분위기를 풀어주기 위해 간간히 적절한 패러디도 넣어두고 있는 것도 소소한 백미다. 그러나 이 소설의 가장 눈여겨볼 점은 바로 당시 일제시대의 사회상을 재현한 풍부한 에피소드와 정확한 고증. 그리고 흔히 '판도물', '무쌍물'로 대표되는 역사소설이나 대체역사소설에서 보기가 드문 색채 높은 캐릭터성의 비중이다. 일제강점기 스토리에 관심있어하는 당신. 한번 읽어보시지 않겠는가?




나랏말싸미 : 역센징조차 거를 영상폐기물 잡담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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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이 영화는 한글 창제에서 여러가지 설 중 하나에서 따온 것입니다.'라는 멘트를 보여주고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실의에 빠진 세종(송강호)부터 등장합니다. 세종은 기우제를 지내다가 답답한 한자문을 읽다 안되니까 우리말으로 축문을 읽어서야 비가 오니까, 미꾸라지에게 옷을 입히면서 '니들이 너보다 낫다'며 실망에 빠집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세종이 지은 책들을 전부 내다 버립니다. 백성을 위해 문자를 만들기 위해 지었던 책들을 죄다 버렸던 것이죠.

이쯤에 일본의 스님들이 와서 팔만대장경을 내놓으라고 합니다. 이미 정종께서 약속하지 않았느냐. 라는 것입니다. 네 정종? 태종이 팔만대장경을 넘기려다가 신하가 반대하는게 아니라? 여기서는 신하들이 '거추장스러운 불씨들 물건 걍 넘기죠'로 일관하지만 세종은 '팔만대장경 넘기다간 왜놈이 이거 가지고 뭉쳐서 뭔짓할지 모른다' 논리로 반박합니다. 하지만 일본의 스님들은 궁궐 안에서 데모를 해버립니다. 그쯤에서 신미대사가 등판하게 됩니다.

해인사에서 대장경을 배우던 신미대사는(실제로 신미대사는 해인사에 간 적도 없지만 영화적 혀용으로 넘어가고... 뭐 사미 시절부터 대장경 배운건 팩트니) 몇몇 중들을 모아서 궁궐로 와서 일본의 스님들을 설복시킵니다. 사실 이점이 나랏말싸미에서 가장 볼만한 점인데, 학조스님(탕준상 扮. 실제 세조때 고승)이 산스크리트어로 능엄경을 현란하게 구사하는 것부터 전부 의사소통이 산스크리트어로 되어 있습니다. 설복을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신미 : 니들 거지냐? 여기서 왜 구걸을 해?
규주(일본 스님 대표) : 저 대장경 원판 못가지고 오면 저희들 다 뒤집니다.
신미 : 니들은 못돌아가고 우리는 못내주니 다 같이 죽자.
규주 : 어차피 조선에겐 쓸모가 없지 않습니까?
신미 : 대장경의 소유권은 왕도 이 나라도 아니고 이 나라의 백성에게 있는데? 니들이 만들어.
규주 : 만들기 시간이 너무 걸립니다.
신미 : 이걸 만드는데 16년이나 걸렸다. 100년이 걸려도 만드는게 대장경이고 물건은 구걸할수 있어도 진리는 구걸할 수 없다.

이렇게 설복합니다. 그리고나서 세종이 신미대사 일행들을 치하하러 방으로 초대를 합니다. 이때 예고편에서 나왔던 것. '제가 절하는 거 보셨습니까?'라는 명대사가 나옵니다. 그런데 그 이유는 뭔가. 네 그렇습니다. 불교와 스님을 개 취급하는데 자신도 그같이 행동하는 것이고, 또한 자신도 역적의 아들이라서 안한답디다.

네? 이보세요 스님. 자기 동생이자 성종까지 벼슬했던 충신인 문량 김수온은 어디다 팔아먹었어? 아. 영화엔 안 나오지!

여튼 세종은 산스크리트어의 원리에 대해 묻고 거기에 파생된 문자(파스파 문자, 몽골 문자)까지 알고 있기에 이걸 써먹을수 있다고 생각한 그는 이들을 끌여들에 새 문자를 만들려고 합니다. 신미는 처음에는 거만하게 반대를 하려고 하지만 소헌왕후가 '나도 역적의 왕인데 왜 왕비에 있냐?'라는 논리로 논파되었고. 결국 사대문 안에 절을 하나 지어달라는 딜을 걸어서 계약이 성사됩니다.

그리고나서 프로젝트는 시작이 됩니다. 수양과 안평까지 끌여들여서(중도에 이들을 가둬서 산스크리트, 파스파 문자부터 외우게 합니다 옴마야...)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우리나라의 소리를 산스크리트어로 옳겨적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이들을 정리하여 자음 순으로 나누게 됩니다.

세종은 이 산스크리트 문자, 파스파 문자 등을 너무 복잡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곤 '내가 수학과 기하학을 배워서 아는데 무조건 점과 선으로 그려라.' 그리고선 마구잡이로 한붓그리기 두붓그리기 하면서 씁니다. 이쯤에서 소리를 내면서 손에 입을 집어넣으면서 혀의 모양을 측정하며 ㄱ자니 ㄴ자니 봅니다. 해례본에서도 잘 나오는 조음기관 모방론이죠. 그리고 나중에는 묵언수행을 깨고 나온 학문스님(임성재 扮)의 아이디어로 첨자의 원리까지 넣으면서 거센소리와 된소리까지 나오게 됩니다.

그런데 이쯤하여 영화가 망가지기 시작합니다.

매번 새 문자에 반대하던 신하들. 한자가 기득권마냥 취급하던 영화의 분위기. 뭐 그런것까지는 통설(?)이니까 그렇다고 칩시다. 세종이 '나 새 문자를 만들려다가 눈병이 들어서 쉬겠노라' 하니까 신하들은 이제야 포기했구나 싶어서 찬송을 살짝 늘어넣는건 기본이고 나중에 세종이 충청도에 요양을 해서 쉴 때(실은 궁궐에 한글 만들때 신하들의 눈치를 보기가 껄끄러워서 자리를 옳긴 것이지만) 세종에게 하사한 명의 의복을 신하들이 전할때 문자에 대한 어그로를 뱉다가 완전히 요로결석으로 거품까지 물게 됩니다. 안그래도 눈병이 나 한쪽 눈이 실명난 세종은 처참하게 박살납니다.

그 와중에 신미대사는 모음자의 원리까지 만들게 되고. 자음과 모음을 늘여쓰는게 보기가 불편해서 티벳문자(....)의 원리를 이용해서 합쳐쓰게 되어 현재의 훈민정음이 완성이 됩니다. 그리고 세종은 이 문자를 어떻게 붙일까 의논하다 '아이의 이름은 천하게 지어야 오래간다'라는 신미대사의 논리로 언문(諺文)이라고 짓습니다. 언문이라는 말이 과연 천한 이름인지 생각해보면 아리송한 일이지요.

그리고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이렇습니다. 세종은 이 다 만든 언문을 유학자(집현전 학사)에게 맡기고 이들에게 사용설명서를 쓰게 한뒤, 저작도 이들의 공으로 돌리게 하자고 합니다.(아 집현전은 영화 내용상 신미대사 전 새 문자 내내 텅 비어있었습니다. 진짜 역사적 레알?) 그래야 문자가 오래 간다고 합니다. 여기서 신미대사의 삔또가 상하게 됩니다.

세종: 이대로 해야 글자가 살아남고 백성도 교화를 할 수 있다
신미: 싫어싫어 나 이 한글로 조선을 불국토로 만들거야 왕 역할 똑바로 하란 말이야!

축약은 이렇게 했지만 정말 영화를 보면 이딴 방식으로 흘러갑니다(....) 세종은 고려때 불교가 부와 지식을 모두 독점했기에 망했지만 유학자라고 해서 다를바 없으니 독점을 깨기 위해 한글을 만들었다는 건데, 신미대사의 목적은 중간에 수양대군에게 밝혔지만 '제대로 된 중이라면 조선을 불국토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라는 망상을 퍼붓습니다. 결국 신미는 세종에게 삔또가 상해서 해인사로 가버립니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미친 점은 말이죠. 소헌왕후가 세종에게 또 삔또가 상해서 궁을 나가버립니다. 영화 중간중간에 신미하고 썸씽이 있었습니다. 같은 역적의 자식이라는 점. 그리고 같은 불제자라는 점. 그리고 새 문자에 관심이 있었다는 점. 그런데 삔또가 상해서 나가버렸다라... 그래서 왕후는 궁을 나가서 수양대군 집에서 머무릅니다. 그리고

밥도 안먹고 굶어죽습니다.

병으로 죽었다고 표현하고 싶지만 밥을 안먹었고 그냥 죽은 것으로 연출되어서 누가 봐도 아사하는것으로 보이는 이 흐름은 누가 봐도 실소가 나오는 전개입니다. 故 전미선의 유작으로 하기에는 너무나 능욕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이죠. 아니. 영화 중간중간에 소헌왕후는 세종에게 매우 헌신적인 왕비로 나오고, 금슬도 좋아보이는 현모양처로 나오거든요?

그리고 그녀는 작중에서 페미니스트적 역할도 맡습니다. 한글이 다 만들자마자 '암탉이 울어야 집안이 망한다지만 나는 다르다. 암탉이 울어야 집안이 흥한다. 그대들은 이것을 배워 널리 퍼뜨려라'라면서 온 궁녀에게 한글을 가르칩니다. 진짜 역사에 나오는 내용인지 모르지만. 진짜 어이없게 죽어버립니다. 아 물론 수양대군 사저에 죽은것 까지는 역사적 사실이 맞긴 하지만 정말... 중 하나 삔또 상해 떨어져나갔다고 아사라니욬ㅋㅋㅋㅋㅋㅋ

그러면서 신미대사가 그 충격에 나오고나서는 '중전께선 대장부이십니다. 한 대장부가 두 졸장부를 가르치시다니요'라는 걸로 갈등은 해결됩니다. 그리고 나서 세종은 절을 짓고, 소헌왕후를 위한 천도제를 지내면서 집현전 학사에게 훈민정음 언해본을 발행하고 대소신료들을 설득하고 배부하지만 설득에 실패하고, 천도제에서 학조스님이 월인천강지곡을 노래하고 나서 신미대사가 언문계를 결성하는 것으로 끝납니다.



감상이라고 한다면 비주얼 하나만큼은 좋습니다. 직접 경복궁 창덕궁 등에서 촬영했었고 곤룡포부터 각종 복색까지 고증을 했었고 온갖 승려들이 악사에 참여를 해서 그 화려함은 뭇 사극영화에 뒤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스토리는 글쎄요. 엉망입니다. 이건 종교적 감정이나 민족적 감정을 초월해서 임팩트도 무엇도 없으며 오히려 세종대왕을 얼마나 훌륭하게 깎아내려야 될까에 골몰하면 저런게 나오는가 싶을 그런 영화입니다.

작중의 세종은 나약한 왕으로 나옵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오로지 백성을 위한 글자를 만드는 집요함은 있어도 그 주변 상황에 흔들리고, 자신에게 훌륭한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하들에게, 중들에게 '나 좀 도와다오'라는 말밖에 할 줄 모르는 찌질한 왕으로 나옵니다. 그에 비해 신미대사는 뭔가 유능하고 강단이 있는 스님으로 연출하려고 하지만, 위에서 말하다시피 현실을 자각 못하고 삔또 상해서 파업하는 졸장부로 표현하죠.

결론을 내리자면 이렇습니다.

첫째로 소재에서 역사적, 종교적 문제 거르더라도 기승전결 구조가 전혀 없는 영화다.
둘째로 연출의 개념 자체가 비주얼 빼고는 처절하게 부족한 영화다.
결론은 이건 '역센징'조차 거를 만한 영상폐기물이다.

그렇습니다. 제가 이걸 보면서 느낀 점은 '인랑'이나 '자전차왕 엄복동'과 같은 급이겠구나 싶었습니다. 심지어 이런 망작들이라 할지라도 배우들이 연기 하나는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주연(신미대사)을 맡은 박해일은 싼스크리트어는 몰라도 한국어는 처음부터 끝까지 국어책읽기를 따박따박 시전하더군요. 네. 박해일 혼자만. 살인의 추억에선 그렇게 신랄하게 했으면서 왜 여기에선 안되는걸까? 이제 15년 넘게 흘렀다고 끗발이 떨어진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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