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하게 생각하실 거 없습니다. 덕질생활

도라에몽의 패전 만세는 바람직한 장면 맞습니다


이 노진구같은 진따가 어떤 아이냐면 말이죠.
어렸을 적에(태평양 전쟁 시기)에 군인에게 강제노역으로 혹사당하고
자살을 하려던 진구 아빠입니다. 물론 아들과 도라에몽의 도움으로 죽지 않았죠.

+죄송. 친척이라네요.

나머지는 #1. #2. #3. #4.를 필독하시길 바랍니다.


근본적으로(혹은 나이브하게나마) 생각하면 전쟁이 X같다는건 어린아이들도 아는 현실이니까 저렇게 표현한 것 뿐이라고 봅니다. 故 후지코 F 후지오 화백님은 어린 시절에 전쟁을 겪어본 몸이었으며, 전쟁의 당위성이 어떻게 되었든 전쟁 자체가 X같다는걸 깨달았으니까요. 사실 별로 신기한 일도 아닙니다. 대한민국에서 아직도 살아있는 노년층 중에, 이런 류의 트라우마(6.25)를 겪어서 반공, 친미 스탠스를 유지하신 분이 많거든요. 그런 것과 비슷합니다. (사실 이제 노년층이라고 한다면 박정희 시대 분들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들이 지닌 트라우마는 그분들의 아버지 세대와 거의 유사합니다. 전쟁으로 인한 기아가 심각했으니까요.)



문제가 되던 코끼리 독살 에피소드는 동물 돌볼 사람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코끼리를 독살시키기로 했던 일로 원작에도 나왔습니다.
SNS에서나 나오던 루머대로 애니 오리지널이 아닙니다.


문제는 이런 에피소드가 왜 애니로 다시 나왔냐는 것이죠. 사실 존다리안님과 oso님이 말씀하신 대로 아무리 자국이 나쁜짓을 했어도 자국을 욕하는 것은 현명한 방향이 절대 아닙니다. 특히나 요즘에 침체된 일본 경제와 점차 극우화되고 있는 사회, 그리고 극우 미디어물이 대놓고 점점 쏟아지는 현실에서, 이런 에피소드는 사실 新 도라에몽 애니 제작진에서 나와봤자 좋을 게 없는 물건입니다. 하지만 왜 넣었냐면 일본 어린이들이나 도라에몽 팬들의 역사인식을 환기시키거나 그런게 아닙니다. 원래 도라에몽은 그런 물건이었으니 역사인식이고 뭐고 그런걸 생각할 거 없으니까요. 작가의 생각이 들어가있다는 것이지.



두 사람은 프리큐어 무인편에서 나오는 장면입니다.
유키시로 호노카(큐어 화이트)의 할머니가 직접 2차대전을 겪은 상황을 표현한 것이죠.


너무 장광설이 되었지만, 일본의 역사의식을 환기시키겠다 이것까지는 무리라고 봅니다. 어차피 아동용 애니에 그런 거창한 메시지가 어울리겠습니까. 제 사견으론 두가지 결론이라고 봅니다.

하나는 故 후지코 F 후지오 화백의 권위와 작가정신을 어길 수가 없었기에 수록했다고 봅니다. 그분은 일본 만화역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거장입니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권위적인 사회에서, 그 사람의 에피소드 하나라도 거른다면 이건 불경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그럼 왜 이슬이 알몸은 편집했냐 한다면 그건 뭐 지금이 젠더의식이 강화된 시대니까.. 사실 적어도 도라에몽을 만드는 데, 작가의 정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만들 수가 없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철혈의 오펀스가 왜 망했습니까? 건담에서 줄기차게 나오던 반전사상을 전부 X깠기 때문에 망한 거 아닙니까?

또 하나는 시청자에 대한 메세지입니다. 아까까지 메세지는 심각하게 따질 필요 없다란 식의 말을 했는데 지금 와서 뭔 개소리냐고 한다면, '태평양전쟁은 X같다'라는 메세지와 '전쟁 자체가 X같다'는 확실히 다른 말입니다. 솔직히 故 후지코 F 후지오 화백이 태평양전쟁에 대해 심각하게 말하는 작가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냥 전쟁 X같다 파시즘 X같다며 기똥차게 풍자하는 작가지. 사실 태평양전쟁에 심각하게 대하는 애니 보고 싶으면 반딧불의 묘를 찾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전자의 의미는 배워봐야 이해하는 메세지지만, 후자는 굳이 배워보지 않아도 바로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늙던 어리던 총 맞든 노역 당하든 전쟁은 X같은 일이며, 온갖 범죄와 같이 픽션상에 가두어져 있어야 볼만한 일이기 때문이니까 말이죠. 적어도 반전만큼은 확실하게 말해주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전쟁이 터지면 누가 죽습니까? 바로 니가 죽습니다." ㅡ 김경진




핑백

  • 남중생 : 로버트 리(Rhee), 도라에몽, 그리고 창경궁 2017-08-22 02:10:18 #

    ... 득했다. 동물원 직원들도 모두 함께 따라 울었다." 맹수도 울고, 사육사도 울고, 전미가 광광 우럭다....(이미지: 聖冬者 님의 심각하게 생각하실 거 없습니다.에서) 心月 님의프린스 리 박사, 창경원 유원지의 폐쇄를 시도하다 <1950년 5월, 창경원 임시 ... more

덧글

  • 티피 2017/08/21 21:04 # 답글

    아니 주인공의 기본 설정부터가 저러면 저런 만화에 대고 새삼스럽게 "으아니 챠 어뜨케 저런 장면을 넣을 수가 있엌!" 하던 반응은 더 어이없는 상황이네요.

    "아니 이 시방새들아 원래 저런 작품에 저런 캐릭터잖아. 알면서 안 보는 거 아니었어? 포동포동 프리즈너가 남캐 좋아하는 거나 노진구가 전쟁 싫어하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뭘 바란 거야? 전쟁 조와용 보고 싶으면 헬싱의 소좌나 보라고!" 라고 말하면 그만이었는 듯.

    저러면 오히려 캐릭터의 다양성이라는 개념만으로도 용인이 되었던 장면을 괜히 몇몇 일본인들이 1945년의 특정 전쟁과 연관시켜서 더욱 쓸데없이 부들부들거린 셈이네요.
  • 聖冬者 2017/08/21 21:25 #

    사실 캐릭터의 다양성이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본문에서 말했듯이, 그만큼 故 후지코 F 후지오의 권위가 지대했기 때문에 함부로 그분의 작가정신에 거역할 수 없다는 것이죠.

    게다가 본문에서 말 안했지만 도라에몽이 원래 반전 에피소드가 들었다 뿐이지 반전이 주제는 아니었구요, 노진구 아빠가 2차대전에 강제노역으로 X뺑이 치든 말든, 작가가 욱일기를 풍자하든, 도라에몽이 어차피 전쟁 진다고 반자이 삼창을 하든

    "이야 ㅋㅋㅋ 그래서 도라에몽 안 볼꺼야? ㅋㅋㅋㅋ 어차피 전쟁 X같은거 니들 알잖아 왜 그래?"라고 넘길 수 있는 사항이거든요.
  • 聖冬者 2017/08/21 21:43 #

    물론 설정 존중도 피할 수 없는데(시밤님 블로그에서도 말했다시피 원래 노석구라는 양반이 유년기에 많이 혹사당한 양반입니다)

    솔직히 그걸 떠나서 진구가 원작과 정반대로 군인양반이나 사육사양반에게 '이번 태평양 전쟁은 꼭 이길꺼에용!'이라고 한다면 적당히 찌질하던 놈이 완전 극혐이 될 건 당연지사 아니겠습니까. 이건 도라에몽을 보던 극우 또라이들도 구토할만한 내용일겁니다.
  • 음유시인 2017/08/21 22:34 # 답글

    그래도 저게 어디입니까. 죄다 극우화되고 있는 일본 미디어계에서 일본 만화계의 기둥중 하나가 저렇게 양심있는 선언과 주장을 하는거 자체가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 진짜 소아온까지 극우화된거 보니 기도 안차던데...(원래부터 그리 좋아하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 聖冬者 2017/08/21 23:14 #

    작가는 이미 돌아가셨고 전쟁과 전후의 아픔을 겪은 사람입니다. 양심있고 아니고 떠나서 그 사람의 상식이자 작가정신인거죠. 그 대의 작가들이 은근히 이런 면모가 많았고 말이죠. 그런데도 그런 면모가 지금 작가들에겐 잊혀지고 지극히 비정상적으로 변하는 건, 전 세대의 상식은 그저 흘러간 옛 추억이려니 하고 잊혀지는 것이죠.

    사실 이런 변화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쟁이나 전후 기아를 겪은 세대들의 상식은 파시즘으로 인식이 변화되었고, 6.25가 운동권에게 자꾸만 폄하되어가고 있는 지금을 보면 남말할 자격은 없는 듯 합니다.
  • neosrw 2017/08/22 00:49 # 답글

    원작부터 나온 대사인데 이제와서 저런반응보면 웃기더군요 쇼와판에서도 나온 에피소드고 이번에 그냥 리메이크 했을뿐인데..
  • 聖冬者 2017/08/22 01:22 #

    그만큼 일본 사회가 중세잽랜드 수준으로 퇴화했다는 거죠. 근데 뭐 상관없습니다. 중세잽랜드가 되든 고대잽랜드가 되든 도라에몽은 계속 나오고 이 에피소드도 계속 나올 거니까요. 작가가 죽어서도 존중받는 한은 말이죠.
  • 아아 2017/08/22 01:34 # 삭제 답글

    저 소식 첨 들었을때 '어라? 저거 원작에 있던 에피 아니었나? 내기억이 틀렸나?" 라고 가물가물한 기억을 원망하고 있었는데 확인사살 나와주는군요.

    거장 사망후에 후속제작진들이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하고있건, 그냥 매뉴얼대로 하고 있건간에 저런 작은 하나하나가 그 나라의 최후의 양심을 지켜주는 것이겠지요. 고인이 의도했건 안했건 그런 것조차도 결국 거장의 영향력 아닐까 합니다
  • 聖冬者 2017/08/22 02:06 #

    사실 그 에피소드가 갓갓급으로 취급받았던 거라고 합니다. 그래서 뺄 수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죠.
  • 남중생 2017/08/22 02:05 # 답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통계 위젯 (블랙)

1316
642
860186

이 이글루를 링크한 사람 (화이트)

224